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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레비소의 몰락한 독재자, 폭군이 아닌 가장, 예술로 승화

by iruja100 2026. 1. 20.

이 글에서는 13세기 이탈리아 트레비소의 독재자 알베리코 다 로마노의 최후를 묘사한 프란체스코 하이에즈의 명화에 대해 다룹니다. 단순히 잔혹한 폭군의 말로가 아닌, 역사와 예술, 감정의 교차점에서 그려진 인간적인 비극의 순간을 감상하며, 회화로 표현된 깊은 메시지를 살펴봅니다.

 

프란체스코 하이에즈의 알베리코 다 로마노
프란체스코 하이에즈의 알베리코 다 로마노

트레비소의 몰락한 독재자

13세기 중엽, 이탈리아 북부의 도시 트레비소는 정치적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시기를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이 지역의 권력을 쥔 인물 중 하나가 바로 알베리코 다 로마노였습니다. 그는 로마노 가문의 일원으로서 뛰어난 정치적 감각과 군사력을 바탕으로 트레비소의 지배자로 군림했지만, 동시에 무자비한 폭정으로 악명을 떨쳤습니다. 알베리코는 반대 세력에 대한 철저한 탄압과 처형으로 두려움의 상징이 되었고, 그의 정치는 오직 권력 유지에만 초점이 맞추어져 있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더 많은 적을 만들게 되었고, 내부 반란과 외부 세력의 압박으로 인해 그의 권력은 서서히 붕괴되기 시작합니다. 결국, 성이 함락되고 가족과 함께 끌려나오는 그의 모습은 권력의 무상함과 그 끝이 얼마나 허무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줍니다. 하이에즈는 바로 이 순간을 포착했습니다. 역사는 알베리코를 잔혹한 폭군으로 기억하지만, 하이에즈는 무장 해제된 그가 가족을 감싸 안고 있는 모습을 그려냅니다. 역사적 사실과 예술적 상상력이 결합된 이 장면은, 단순한 패배자의 이미지를 넘어 인간으로서의 고뇌를 전하고자 한 화가의 의도가 느껴집니다.

 

폭군이 아닌 가장

프란체스코 하이에즈는 19세기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낭만주의 화가로, 역사 속 인물들을 감정적으로 해석하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였습니다. 그의 또 다른 작품인 두 포스카리에서도 볼 수 있듯, 그는 정치적 비극 속에 숨은 개인의 감정을 부각시키는 데 주력했습니다. 알베리코 다 로마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림 속 알베리코는 붉은 옷을 입고 있으며, 눈빛은 체념과 절망, 그러나 가족을 지키고자 하는 마지막 자존심을 담고 있습니다. 무릎 꿇은 여인은 적장에게 구명을 호소하고 있고, 어린아이들은 아버지의 옷자락을 붙잡고 숨고 있습니다. 이 장면은 단순히 처형 직전의 상황이 아닌, 한 사람의 아버지가 된 폭군의 감정이 절절히 전해지는 심리극입니다. 하이에즈는 칼날이 닿기 직전의 공포와 가족을 향한 본능적인 보호심리를 절묘하게 포착했습니다. 그 결과, 관람자는 알베리코에게조차 연민을 느끼게 되며, 역사의 흑백 이분법을 넘어선 인간적인 시선을 가지게 됩니다. 폭군의 마지막 순간을 단죄가 아닌 이해의 시선으로 해석한 하이에즈의 예술적 결단은 이 작품의 가장 큰 미덕이라 할 수 있습니다.

 

예술로 승화

하이에즈가 선택한 장면은 역사적으로도 매우 충격적인 순간입니다. 실제 기록에 따르면, 알베리코와 그의 가족은 생포된 후 끔찍한 고문을 받고 잔인하게 처형되었습니다. 당시의 이탈리아 정치 풍토에서는 권력자가 몰락할 경우, 그의 가족들까지도 처벌을 받는 일이 흔했습니다. 하지만 하이에즈는 그 잔혹한 처형 장면 대신, 그 직전의 긴장감 넘치는 침묵의 순간을 선택했습니다. 이러한 선택은 단순한 미화나 편집이 아니라, 예술가로서의 고뇌를 반영합니다. 하이에즈는 피와 칼날이 아닌, 눈빛과 제스처로 비극을 전달하고자 했습니다. 이 작품은 단지 역사적 재현이 아니라, 인간 내면에 대한 탐구입니다. 아무리 잔인한 독재자라 해도, 죽음을 앞두고는 누구나 두렵고, 가족을 지키고 싶은 본능에 휩싸이게 된다는 사실을 그림으로 말하고 있는 것입니다. 아이들이 아버지에게 매달리고, 여인이 절박한 손짓을 보내며, 아버지는 마지막 힘으로 그들을 감싸 안는 이 구도는 회화 이상의 서사를 담고 있습니다. 하이에즈의 색채 사용, 인물의 위치 배치, 눈빛 묘사 등 모든 요소가 이 작품을 감정의 절정으로 이끌고 있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그 순간으로 빨려 들어가게 만듭니다.

 

결론

이탈리아 트레비소의 몰락한 독재자는 단지 과거의 한 장면이 아니라, 지금도 유효한 감정과 질문을 던지는 작품입니다. 권력은 무엇이며, 인간성은 어디까지 보존될 수 있는가? 하이에즈는 이 비극적 장면을 통해 폭군조차도 인간이며, 감정의 주체가 될 수 있음을 말합니다. 예술을 통해 우리는 단죄보다 공감의 시선으로 역사를 다시 바라볼 수 있습니다.